만화 '연기가 눈가에 번진다'

'이이다 요네'의 만화 '연기가 눈가에 번진다'를 봤다
남의 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인물 '하야마'와, 미움받더라도 할 말을 하고 사는 인물 '마키무라'. 이렇게 두 명이 주인공이고, 성차별 이슈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대체로 이런 이슈를 다루는 만화는 좀 교조적이랄까... 자기 생각이 100% 옳다고 확신하고서 그걸 독자한테 주입하는 경우가 많았고, '무지한 독자들을 내가 계몽시켜 줘야겠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마치 학습만화 같은), 이 만화는 그런 느낌이 비교적 약한 편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성별 집단을 절대선으로 묘사하고 다른 쪽 성별 집단을 절대악으로 묘사하는 흑백논리적인 부분이 적어서 좋았다. 두 성별 각각에 대해 균형있게 담아내려고 신경을 쓴 것 같더라. 여직원을 동등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남자 상사가 등장한다든가, 틈만 나면 남의 험담을 해대는 동료 여직원들이 등장한다든가...

두 주인공 '하야마'와 '마키무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가는 부분도 좋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중반의 '어른'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신적 성장을 이룬다는 점이 약간 독특했다. 보통 이런 정신적 성장을 다루는 작품은 미성년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말이야...

감정 묘사도 담백하면서 현실적인 편이어서 좋았다.
그림체도 좋았다. 약간 불안정한 부분도 있지만, 인물들을 미형으로 그리면서도 과장된 느낌을 줄여서, 담백한 크래커같은 감성으로 만화를 즐길 수 있었당

미나구치 유코 목소리 진짜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음 영롱하고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 그리고 중간중간에 가끔 섞이는 비음... 어떻게 사람이 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있지? 빨리 기술이 더 발달해서 미나구치 유코 목소리로 TTS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 씹덕 망상 만화들 진짜 씨발 너무 역겹다 마치 자기 자지를 공공장소에서 꺼내서 정액을 흩뿌리는 것 같아서 역겹다 남자에게 자지가 있는 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대체, 왜, 그걸 꺼내서 아무나 보는 곳에다가 정액을 싸대는 건데? 나도 씹덕이지만 씹덕 동족이 너무 역겨울 때가 있다

아... 검색 좀 해 보니 '룩 백'의 중반부 이후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더라... 평행세계냐? 주인공의 상상이냐? 이런 걸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게시물이 꽤 있더라 https://pgr21.com/humor/428142 위 게시물에서 누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개념을 언급하던데... 몰라... 그게뭐야...

만화를 계속 보다 보니 그림체와 감성, 성향이 비슷한 작가들을 묶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사전에서 어떤 단어를 찾을 때 동의어나 유의어를 함께 찾을 수 있듯이 말이야

원패턴 만화는 몇 화 보다 보면 지루해지는듯... '극단적인 어떤 특징을 가진 여주인공이 평범한 남주인공을 짝사랑하는데, 그 특징이 장애물이 됨'이라는 패턴의 만화가 너무너무너무 많다 지루해하지 않게 계속 변주를 해 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