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밀양'을 다시 본 후기

밀양(영화)를 한번 더 봤다
이번엔 중간중간 스킵하면서 봤다
처음 봤을 때 이해가 안 됐던 부분 위주로.

영화는 처음 볼 때랑 두 번째 볼 때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처음 봤을 때 잘 이해가 안 갔던 부분들이 두 번째 보면 거의 다 이해가 되더라. 그리고 감독이 의도한 사소한 부분들도 좀 더 눈에 들어오고.
바꿔 말하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이해를 충분히 못 한다고 볼 수 있지...

일단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뭐냐면... 지난번에도 했던 생각이지만, 중반에 공개되는 '납치범의 얼굴' 부분에서 바로 '어? 얘가 납치범이었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면 그 이후의 중요한 정보들을 다 놓친다는 것이다. 웅변 선생의 딸의 이상한 행동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신애가 첫 번째로 교통사고를 낼 뻔한 장면(나중에 한 번 더 나옴)의 의미도 별 거 아닌 장면으로 그냥 넘어가게 된다.

물론 그 인간이 납치범이라는 복선은 적당히 깔려 있지만, 결정적으로 '납치범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런 복선들이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게 돼 버리더라. 나중에 다 알고나서 다시 봐야 '아 이게 복선이었네'라고 나중에서야 와닿는 그런 느낌.

아쉽다. 중반에 유괴범 얼굴이 공개됐을 때, 신애가 과거회상을 하는 장면을 짧게 삽입해서 '그 때 그 사람이 유괴범이었다니!'를 좀 더 노골적으로 강렬하게 묘사해 주면 나같은 인간도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아무튼 납치범 얼굴이 인상에 너무 희미하게 남아서 이래저래 많이 놓쳤다. 그리고 대사를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놓친 정보도 좀 있다. 몇 초 정도 되감기해서 다시 들어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안 들리는 그런 대사들 말이야. 외국 영화는 자막이 있어서 좀 낫지만, 한국 영화는 그럴 수가 없지.

영화를 다시 돌려봤는데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신애의 죽은 남편이 정말 불륜을 저질렀는가? 라는 점. 남동생의 말과 신애의 말이 서로 다른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감독이 일부러 애매하게 처리해 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이해를 못 하고 있을 뿐인 건지 모르겠다.

둘째는, 신애가 아들을 잃은 후 자기 집 안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낯선 남자애가 들어와 있는 장면. 얘는 대체 누구지? 학원 애인가? 아무리 어린애라도 그렇지 남의 집 화장실을 맘대로 들어와서 쓰는 건 이해가 안 갔다.

영화를 세번 네번 보면 알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아서, 구글에 '밀양 대본'으로 검색하니 바로 전체 대본이 나오더라. 이걸 읽어보면 좀 나을 것 같다. 몇몇 대사가 안 들리던 문제도 해결될 거고.

대본은 천천히 읽어봐야겠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영화를 두 번째로 보면서 이것저것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들이 많았다.

- 신애는 종찬(송강호가 연기한 배역의 이름임. 저번엔 이름을 기억 못했었다) 씨를 '속물'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자기 남동생한테 땅 투자를 하라고 권하는 걸 보면 신애 자신도 속물적인 면이 있군.

- 신애의 아들은 납치당하기 전에 잠깐 실종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사실 아들의 장난이었다. 이 장난 장면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 감독이 '아들이 납치된다는 스토리를 미리 듣고 온 관객들'의 긴장도를 낮추기 위해(그래서 이후 진짜로 납치되는 장면의 긴장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넣은 것 같군.

- 신애는 자기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는데도, 신애 자신은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낼 뻔 했군. 이런 아이러니한 느낌도 감독의 의도인 것 같군.

- 이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는 '원피스를 입은 신애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고 그 옆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종찬(송강호)이 우산을 주려고 머뭇거리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작 영화 내용에는 이런 장면이 안 나오는군.

끝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건 남성보다는 여성이 주로 소비하는 것 같은데... 왜일까?
밀양 대본 읽어보는 중인데, 영화에선 잘리거나 수정된 부분이 많네...
그리고 대사 중에서 잘 안 들리던 부분에 중요한 정보가 역시 꽤 있었군
한국 영화 '밀양'을 다시 본 후기
다른 장르에 비해 MMORPG만이 갖는 재미는 재산 축적의 재미와 다른 사람과 관계맺는 재미...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혹시 이거 말고도 더 있으려나
엑스맨 시리즈 보고싶다
한국 영화 '밀양'을 본 후기
나는 영화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소설이든, 인상깊게 끝까지 다 본 경우에는 거의 항상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찾아서 읽어본다.
오래된 습관인데, 이게 너무 당연해서 습관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마치 식사 후에 약간의 후식을 먹는 것 같군
밀양(한국 영화) 보고 싶다...
영화 포스터에 쓰인 글귀 중에 특히 자주 보이는 패턴: '~가 시작된다!'
한국 웹툰, 일본 만화, 미국 만화의 독자층은 서로 유의미하게 겹칠까? 궁금하다.
(한국 '만화'는 존재감이 희박하니 언급안함)
내 생각엔 '일본 만화를 보는 한국인'은 한국 웹툰이나 미국 만화를 안 볼 것 같다.
소설의 만화화
박혜경의 '동화'라는 노래는 가사가 정말 예쁘고 따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ath4zsLjK4
https://www.youtube.com/watch?v=NmbxxRwNK_8
주인공의 질문에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대답해 주는 악역...이 나오는 창작물은 정말 몰입이 안 되는군
아니 무슨 악당이 그래
'복수극' 스토리는 너무너무너무 흔해서, 디테일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냥 진부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거의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그런 수준의 진부함이다...
평범녀가 까칠남과 친절남 사이에서 삼각관계 만드는 수준의 진부함이다...
'진추하'와 '아비'가 부른 'One Summer Night'라는 노래를 듣는 중이다
오랜만에 듣는데 듣기 좋군
https://www.youtube.com/watch?v=IMM0wGUl_iI
창작물에서의 패러디의 비중
나는 아이러니한 스토리를 좋아한다(사실 아이러니가 정확히 무슨뜻인지 모름)
예를 들면, 닭이 잔뜩 있는 양계장에 주인이 치킨너겟 몇 조각을 놔두자마자 닭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그 치킨너겟을 서로 먹겠다고 서로 몸싸움하는 내용...
그림 잘 그리는 작가들 정말 많네
예전에 비해 상향평준화된 그런 느낌
맛있는 음식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져서 다 먹을 수가 없는 느낌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다'라는 말은 누가 처음 한 말일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개념을 차용하는 창작물이 종종 있던데
정말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는 건가?
아니면 그냥 멋있어서 대충 갖다 쓰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