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밀양'을 본 후기

한국 영화 '밀양'을 봤다
정말 인상깊게 봤다

전도연도 송강호도 둘 다 연기를 엄청나게 자연스럽게 잘 했다. 전도연의 짠맛과 송강호의 단맛이 적당한 비율로 잘 섞여서 단짠단짠의 좋은 맛이 났다.

주인공 전도연은 (현실적인 선 내에서) 슬픔과 분노와 광기를 최대한 표현했고, 송강호는, 전도연에만 몰입해 있었으면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숨막힐 뻔한 그런 스토리의 중간중간에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줬다. '뜬금없으면서 태연함'은 내가 좋아하는 개그 코드 중 하나인데 송강호의 집요할 정도의 잦은 등장이 영화 중간중간에 나를 웃게 했다. 밀양에 관한 다른 사람의 글에서는 송강호 배역을 '속물적이면서 순수하고 인간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하던데 아주 공감이 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스토리도 좋았다(원작소설이 있다는 건 안다).
스토리 구성 자체도 간단하고, 주요 등장인물도 전도연(신애)과 송강호(이름 기억 안남) 둘 뿐이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나는 이해하기 쉬우면서 곱씹어보면 깊이있는 그런 스토리를 좋아한다

내가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적 은유들을 의미하는 '미장센'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던데, 밀양(숨어 있는 햇살)의 상징이 결말부에서 잘 드러난 것도 좋았고(나같은 멍청이는 이 정도로 노골적이지 않으면 은유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신애라는 이름도 신(God)의 애(Love)를 의미하는 것 같고, 신애의 아들인 '준이'도 기독교의 '주님'과 비슷하고... 아무튼 디테일한 부분까지 감독의 장인정신이 느껴져서 좋았다.

웅변 선생이 차 안에서 자기 딸한테 '이쁘면 뭐합니까. 인간이 돼야지.'라는 부분이라든가, 이야기 도입부에서 송강호가 신애의 차를 렉카로 끌고 가는 장면이라든가, 이래저래 아이러니한 묘사도 많았고 은유적인 요소로 해석할 부분도 많아서 아주 좋았다.

다만 내가 영화를 워낙에 잘 못 보는 편이라(영화 감상 빈도가 낮다는 뜻이 아니라, 영상매체에 대한 독해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초~중반부에서, 웅변 선생의 딸은 대체 왜 신애의 피아노 학원 문을 기웃거렸는지, 그리고 왜 끝까지 그 이유를 신애에게 말해주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인상 좋은 어른인 신애에게 뭔가 인생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다가 막상 마주치니까 부끄러워져서 신애에게서 도망친 거고?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보다 영화를 유난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등장인물의 얼굴을 인상깊게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것(반면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온갖 요란한 머리색 눈동자색 헤어스타일 등으로 각 등장인물을 매우 직관적으로 구분해 주고, 심지어 주인공은 정말 주인공처럼 생겼다!)인데...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인물 중 한 명이 납치범인데 그 인물이 그냥 잠깐 지나가는 인물 같아서 내 인상에 그 인물의 얼굴이 너무 희미하게 남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영화 중반부 이후에 나오는 중요한 정보 몇 가지를 놓쳐버렸다. 신애가 미용실에서 헤어 커트를 받는 동안 왜 갑자기 격렬한 감정을 드러냈는지 이해를 못 한 것이다...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니 그제서야 알겠더라. 아, 이 인물이 납치범이었기 때문에 신애가 영화 마지막에 그런 반응을 보였구나... 라고.

아무튼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트루먼 쇼'를 50점에 두고 다른 영화들을 평가한다면, 밀양은 45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신정론(전지전능하고 선한 신이 정말 있다면 왜 이 세상에 무고한 고통을 당하는 존재가 있는가?)에 평소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다

끝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건 남성보다는 여성이 주로 소비하는 것 같은데... 왜일까?
밀양 대본 읽어보는 중인데, 영화에선 잘리거나 수정된 부분이 많네...
그리고 대사 중에서 잘 안 들리던 부분에 중요한 정보가 역시 꽤 있었군
한국 영화 '밀양'을 다시 본 후기
다른 장르에 비해 MMORPG만이 갖는 재미는 재산 축적의 재미와 다른 사람과 관계맺는 재미...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혹시 이거 말고도 더 있으려나
엑스맨 시리즈 보고싶다
한국 영화 '밀양'을 본 후기
나는 영화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소설이든, 인상깊게 끝까지 다 본 경우에는 거의 항상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찾아서 읽어본다.
오래된 습관인데, 이게 너무 당연해서 습관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마치 식사 후에 약간의 후식을 먹는 것 같군
밀양(한국 영화) 보고 싶다...
영화 포스터에 쓰인 글귀 중에 특히 자주 보이는 패턴: '~가 시작된다!'
한국 웹툰, 일본 만화, 미국 만화의 독자층은 서로 유의미하게 겹칠까? 궁금하다.
(한국 '만화'는 존재감이 희박하니 언급안함)
내 생각엔 '일본 만화를 보는 한국인'은 한국 웹툰이나 미국 만화를 안 볼 것 같다.
소설의 만화화
박혜경의 '동화'라는 노래는 가사가 정말 예쁘고 따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ath4zsLjK4
https://www.youtube.com/watch?v=NmbxxRwNK_8
주인공의 질문에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대답해 주는 악역...이 나오는 창작물은 정말 몰입이 안 되는군
아니 무슨 악당이 그래
'복수극' 스토리는 너무너무너무 흔해서, 디테일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냥 진부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거의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그런 수준의 진부함이다...
평범녀가 까칠남과 친절남 사이에서 삼각관계 만드는 수준의 진부함이다...
'진추하'와 '아비'가 부른 'One Summer Night'라는 노래를 듣는 중이다
오랜만에 듣는데 듣기 좋군
https://www.youtube.com/watch?v=IMM0wGUl_iI
창작물에서의 패러디의 비중
나는 아이러니한 스토리를 좋아한다(사실 아이러니가 정확히 무슨뜻인지 모름)
예를 들면, 닭이 잔뜩 있는 양계장에 주인이 치킨너겟 몇 조각을 놔두자마자 닭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그 치킨너겟을 서로 먹겠다고 서로 몸싸움하는 내용...
그림 잘 그리는 작가들 정말 많네
예전에 비해 상향평준화된 그런 느낌
맛있는 음식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져서 다 먹을 수가 없는 느낌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다'라는 말은 누가 처음 한 말일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개념을 차용하는 창작물이 종종 있던데
정말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는 건가?
아니면 그냥 멋있어서 대충 갖다 쓰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