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갈매기 울 적에' 감상 후기
'괭이갈매기 울 적에'는 에피소드 1만 끝까지 감상했다.
느낀점은...
1. 존나 길다. 조오오오온나 길다.
에피소드 1~8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짧은 외전들이 있는 구성인데, 한 에피소드의 길이가 엄청나게 길다. 선택지까지 없으니 지루해서 미칠 것 같다.
그나마 에피소드 1의 중반 이후부터는 미스터리한 현상(마리아에게 우산을 준 사람은 대체 누구?)이 일어나면서 재밌어지는데, 그 전까지는 아니 씨발 진짜 평화로운 일상 파트가 뭐 이렇게 길어? 등장인물도 존~나 많음. 서로의 관계도도 존나 복잡하고.
진짜 존나 지루하다. 지루한 파트는 그냥 간결하게 넘어가면 될 텐데 굳이 하나하나 쓸데없는 부분까지 다 묘사해놨음. 이런 건 별로 좋은 글이 아닌 것 같다.
2. 마리아(어린이 캐릭터)의 말투
마리아가 "우~ (마리아는) (같은 말 2회 반복) 우~" 이런 대사 하는 거, 존나 거슬렸었다. 마치 '캐릭터화된 어린아이' 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 불쾌했었다. 작가가 '이런 말투를 쓰면 어린아이 같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느껴져서 좆같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마리아의 엄마가 '그 좆같은말투 좀 그만하라고!'라고 혼내는 장면이 있더라. 그래서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저 좆같은말투를 나만 좆같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작가도 그 좆같음을 자각하고 있었구나.
3. 여캐 가슴주머니 복장
작중 여캐들이 가슴주머니(치치부쿠로) 형태의 옷을 입고 있는 거 때문에 존나 몰입 안 됐는데, 이건 계속 보다 보니 그냥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게 돼서, 가슴주머니 형태의 옷은 일단 적당히 넘어갈 수 있게 됐다.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식 구조
에피소드 1 기준으로,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구조를 너무 똑같이 그대로 따왔더라. 물론 그런 이야기 구조를 따온 추리소설이나 추리게임은 무수히 많긴 하다. 그래서 이 '괭이갈매기 울 적에'만 갖고 뭐라 할 수는 없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비슷하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5. 이야기가 너무 너무 복잡하고 애매함
에피소드 1은 결국 미스터리가 전혀 해결이 안 된 채로 비극적으로 끝나는데, 그래서 에피소드 2~8에서 그것들이 깔끔하게 밝혀지느냐? 하면, 그게 좀 애매한 것 같다.
에피소드 2~8을 감상하면 미스터리의 정답이 아마 드러나긴 하겠지만, 에피소드 1만큼의 엄청난 분량을 일곱 번이나 더 반복해서 감상할 걸 생각해 보니 아득해져서 그냥 때려치우고 인터넷 검색으로 스포일러를 찾아 봤는데, 그다지 깔끔한 구조의 미스터리는 아닌 것 같더라.
스포일러까지 찾아읽어 보니... 엄청나게 애매하고, 엄청나게 복잡하고, 아무튼 진짜 개좆같은 구조인 것 같더라. 이런 너무 너무 헷갈리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걸 재미있게 읽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의 마니아 층?일 것 같더라. '이해하기 힘든 걸 굳이 해석하고 짜맞춰서 이해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글 같더라.
더라 더라 더라라라.
스포일러들을 대충 읽고(자세히 읽으려니 너무 복잡하고 머리가 아픔) 내가 받은 인상은, 작가가 일부러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게 하려고' 최대한 꼬고 뒤틀고 뒤집어놓은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단순히 반전의 재미를 즐기게 하려고 '꼭 필요한 만큼만 꼬아둔'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독자들이 이해를 못 하게 하려고' 불필요하게 많~~~이 꼬아둔 그런 느낌이다. 대체 왜 이런 식으로 글을 쓴 거야?
존나 미스터리하네.
이 '괭이갈매기 울 적에'는 나름대로 오타쿠 세계에서 유명한 작품일 텐데(전작인 '쓰르라미 울 적에'가 더 유명한 것 같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인기를 얻지 못한 건 바로 그런 난해함 때문일 것 같다. 반면에 그 난해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소수의 사람들한테는 아주 매력적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