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서의 위화감

내가 이세계 치트물이나 하렘물 같은 스토리에 왜 재미를 못 느끼는지 고민해 봤다

일단, 내가 어떤 스토리에서 재미를 느끼려면 거기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몰입을 하려면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
('위화감 그 자체'가 스토리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는 물론 예외다)

그런데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이세계 치트물이든, 하렘물이든
그 세상의 모든 요소들... 예를 들면
- 주인공에게 우호적인 신
- 멍청한 주민들과 사회 제도
- 주인공에게 호감을 표하는 이성
- 주인공의 특수한 능력 또는 높은 신분
이런 것들이 주인공에게 너무나 편리하게, 유리하게, 맞춤형으로 다 설정돼 있기 때문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위화감 너머에는 작가의 욕망이 너무 노골적으로 비쳐 보인다
굽지도, 튀기지도, 삶지도 않은, 그냥 날것 그대로의 욕망
마치 어릴 때 쓴 일기장을 들여다본 것 같은 부끄러움

내가 미소녀 동물원 세계관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 같다
분명히 현실 세계인데 이상할 정도로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데, 바로 거기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위화감에 대해 좀 고민을 한 작품들은 이런저런 설정을 덧붙여서 '왜 이 세상엔 여자밖에 없는지'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곤 하는데, 문제는, 그런 식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아지니 이번엔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에 위화감을 느끼게 돼 버린다는 것이다
작가 개개인은 자기 작품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그 최선의 선택이 모여서 결국 그 자체로 새로운 위화감이 된다는 말이다

'어차피 현실이 아닌 스토리인데, 상상 속에서라도 마음대로 하고 싶을 뿐이야'
라는 말도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저런 위화감 때문에 그 상상에 몰입이 안 되기 때문에 문제다
아무리 재미있는 꿈이라도 그걸 내가 꿔야(=스토리에 몰입해야) 재미있지, 남이 꾼 꿈을 옆에서 이야기만 들어서는 재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미를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고
몰입을 위해서는 설정에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
 
슈퍼 마리오 RPG 시리즈(마리오&루이지 RPG 시리즈 포함)는 뭐랄까
RPG라는 장르의 정의와 기준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그냥 쿼터뷰 액션 어드벤처에 RPG 요소를 약간 섞은 것 같은데, 게임 제목에 RPG라고 대문짝만하게 적어두니 헷갈리는 것 같아...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도 좋아하는 편이다
각자의 컨셉에 겹치는 부분이 없고 외모에 개성이 뚜렷하면 좋은 디자인인 것 같다
프리파라나 아이카츠 같은 게임의 '여아 선배님'이라는 개념이 정말 웃기다
10세 안팎의 여자애들 하라고 만든 게임인데 그걸 아저씨들이 하고 있는 상황도 웃기고, 실제 타겟을 '여아 선배'라고 구별해서 호칭하는 것도 웃기고 괴상하고...
그 뻘쭘함과 당당함과 어색함과 이상함과 뜬금없음이 너무 좋다...
ALI PROJECT의 노래들은 로젠 메이든 노래만 알고 있었는데
강철의 라인배럴 오프닝도 얘네가 불렀구나
정말 그 컨셉이나 분위기가 한결같아서 좋군
'머메이드 멜로디 피치피치핏치'의 그 머리카락 파란 여캐가 귀엽군
얘는 이름이 뭘까?
'발키리 프로파일 레나스'는 한글판이 나오면 꼭 해 보고 싶은 게임 중 하나다.
레나스는 원래 인간이었으나 비참하게 살다가 죽었고 그 후 발키리로 환생해서 지상의 인간들에게 신의 명령을 엄격하게 집행하며 지내는데
그 과정에서 루시오라는 인간(레나스가 인간이었을 시절의 연인)과 만나서 느끼는 그 복잡미묘한 감정? 그런 게 너무 좋다.
애니 노래를 개사하는 것
판타지 수학대전의 미나가 너무 귀엽군
'오이마 요시토키'의 작품들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목소리의 형태', '불멸의 그대에게'의 작가임)
작화도 캐릭터 디자인도 정말 좋지만, 상상력이 너무 건전한 것 같다
좀 뒤틀리고 꼬인 부분이 있어야, 뭔가에 홀리듯이 몰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허구추리'라는 만화는 그림체가 정말 내 취향이군
으아 스이세이세키 피규어 갖고싶다
스토리에서의 위화감
만화 '헌터X헌터'의 개미편인 317~318화 부분을 보는데
메르엠과 코무기의 명장면은 정말 몇 번을 다시 봐도 소름이 돋는다
소름끼치는 감동이다
만화 취향을 따라갈 수 없다
일본 만화에서, 캐릭터의 성별을 헷갈리는 스토리가 도저히 몰입이 안 된다.
여장을 했더니 정말 여자인 줄 안다든가, 남장을 했더니 정말 남자인 줄 안다든가...
변성기가 올 나이도 지났다면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알지 않나?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는 어디까지 보다 포기했냐면
그... 게임 좋아하고 좀 음침한 남자 후배? 걔의 과거사나 인간관계를 다루는 편부터 더 못 보겠더라. 이름도 기억 안 나네.
아무튼 걔가 남녀 주인공의 보조 역할로만 등장할 때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그 비중을 늘려가니까 몰입이 안 돼서 그랬던 것 같다.
가상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심리
애니메이션 오프닝의 감동
Jam Project의 한국어 가사 버전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정말 가사가 낭만과 박력이 넘친다.
시공을 넘어서, 머나먼 미래를 향해서, 깃발을 흔들고, 불꽃이 타오르고...
좀 뻔하긴 해도, 노래로 사람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법을 잘 아는 것 같다.
여성향 만화 중에서 그림체가 특히 예쁘다고 생각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너에게 닿기를'이랑 '새벽의 연화' 정도군
그림체 때문에 만화를 보게 되는, 그 정도의 그림 실력은 정말 대단한 능력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