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3rd의 PC판 해 보기
'덕후들 세계에서 유명한 것들'은 나도 한번쯤 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에반게리온, 마마마, 케모노 프렌즈, 진격의 거인, 언더테일, 칸코레, 소녀전선, 페그오 같은 것들.
예전에 유튜브에서 모바일 게임 '붕괴3rd'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우연히 봤을 때는 '제레'라는 캐릭터가 인상깊었는데(제레가 동료랑 같이 어딘가에서 탈출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동료가 제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살아남은 제레는 오열하고, 알고보니 제레가 이중인격이고... 뭐 대충 그런 내용), 그래서 언젠가 저 게임 꼭 한 번 해 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붕괴3rd의 PC판을 설치해 봤다
사실 예전에도 한번 설치했다가 도저히 더 못하겠어서 30분쯤 하다 지웠었는데
이번에도 결국 또 그렇게 됐다
(그 사이에 얘네가 업데이트를 좀 했을 테니 그때랑은 다르겠거니 기대했다)
조작 자체가 너무 불편하고, 인터페이스도 너무 불친절하고, 스토리도 대체 얘네가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모르겠고, 분위기도 긴장감이 부족하고...
캐릭터 모델링이 예쁜 건 잘 알겠지만 그 외에는 이게 왜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게임 환경설정은 대체 어디서 하는 건가 싶어서 한참 찾았는데, 오른쪽 아래의 '핸드폰 그림'을 누르니까 거기에 환경설정 메뉴가 숨겨져 있더라. 핸드폰 '버튼'도 아니고 '아이콘'도 아니고, 그냥 '그림'이다. 메뉴 버튼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되지 않는 그런 그림. 누를 수 있는 요소라는 생각이 안 드는 그림. 어쨌든 그걸 누른 후 나오는 환경설정 화면에서 키 설정 같은 걸 최대한 해 봐도, 여전히 조작이 불편하더라.
그리고 Q키랑 E키가 시점 전환이라는 건 어디에도 안내돼있지 않아서, 유저 커뮤니티에서 읽어보기 전까지는 시점 전환이 너무 불편했다.
모바일 게임을 PC로 이식할 거면 좀 공들여서 제대로 이식하지, 이건 뭐랄까 절반만 이식한 채로 공개한 듯한 느낌이다. 키보드만 쓰게 하든가 마우스만 쓰게 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하면 좋겠는데, 양 손을 키보드에 둔 채로 마우스를 조작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사람 손은 세 개가 아닌데.
그리고 스토리는... 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불친절한 도입부다.
뭔가 복잡한 설정과 용어들이 주르륵 언급되고, 자기들끼리는 이미 다 아는 사이고,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불친절하게 늘어놓는 도입부. 그런 도입부는 보다 보면 '어? 내가 이야기 초반부를 건너뛰고 중반부부터 보고 있는 건가?'라는 착각이 든다.
스테이지 1-8 정도까지 진행한 내가 그나마 이해한 건 주인공 '키아나'와 그 동료들이 어떤 악당들을 퇴치하는 숙련된 전투원이라는 것, 그리고 키아나가 동료 '메이'를 엄청 좋아한다는 관계성. 이 두 가지 뿐이었다...
꾹 참고 30분 정도 했는데 이번에도 결국 더 못하겠어서 포기했다. 스테이지 1-8에서 더 진행해 봤자 계속 이런 느낌으로 진행될 것 같더라. 게임 삭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