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 모르가나의 저택 후기

일단 이건 장르는 비주얼 노벨인데, 선택지가 거의 없어서(후반부에는 좀 있음) 사실상 소설이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음악으로 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게 취향에 맞으면 굉장히 빠져들 것이다.

그림들
https://www.google.com/search?q=%ED%8C%8C%ED%83%80+%EB%AA%A8%EB%A5%B4%EA%B0%80%EB%82%98%EC%9D%98+%EC%A0%80%ED%83%9D&tbm=isch

스팀 링크
https://store.steampowered.com/app/303310/The_House_in_Fata_Morgana/?l=koreana

망작/평작/수작/명작/초명작의 5단계 구분을 하자면, 이건 4단계인 '명작' 정도의 느낌이다. 끝까지 감상하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감상 직후에는 '미쳤다 아 존나 감동 아 씨발 씨발' 이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 그 여운이 가라앉은 후에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 그거? 명작이지. 꼭 해 봐' 정도가 된다.

이걸 여성향(오토메) 게임이라고 분류하는 사람도 있던데, 애초에 게임이 맞는지는 둘째치고, 딱히 여성향은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굳이 따지자면 남성향에 약간 더 가깝다.

■ 그림
'창백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굉장히 잘 표현했다. 아마 대부분 처음에는 이 특유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껴서 이 작품을 접하게 될 것 같다. 다만 등장인물의 형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눈두덩 모양이 좀 거슬린다는 점은 아쉽다.

■ 음악
이 작품에는 크게 보면 네 가지 시대 배경이 나타나는데, 각 시대별 분위기를 잘 살린 아름다운 음악이 정말 좋다. 몰입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 그 외에도 '성스럽고 비극적인' 느낌의 음악이 많아서 스토리와 아주 잘 어울린다.

■ 긴장도(몰입도)
스토리를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면, 전반부는 '오해와 엇갈림과 비극', 후반부는 '그 뒤에 숨겨진 진실들'이 주 내용이다. 그런데 후반부의 긴장도가 약간 떨어진다. 그 대신, 전반부의 내용이 후반부에서 계속 뒤집어지면서 호기심 충족이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다.

■ 비극과 고통
몇몇 인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극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산다. 희망 1을 얻었다가 절망과 고통 9를 느끼는 식의 배합 비율인데, 정말 정신적으로 지칠 정도로 비극 투성이다. 이 작품 전체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상황이 바로 '오해로 인한 답답한 비극'이다. 제발 상대방 말 좀 들어라! 답답해 미치겠다. 특히 야코포.

■ 전형적이지만 매력적
등장인물들의 관계, 갈등, 사랑, 증오, 오해 등이, 소재만 따지면 굉장히 전형적이다. 하지만 그 전형적인 소재를 압도적인 필력과 그림과 음악으로 아름답게 풀어내니 전형적이라고 비판할 틈이 별로 없다.

■ 전형적이지만 입체적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선역/악역으로 알기 쉽게 구분되어 있는 편이긴 한데, 그렇지 않은 인물도 많다. 크게 이 두 가지 패턴이다. '선역이지만 무지에 의한 악을 저지름', '악역이지만 때로는 인간미도 있음'. 그래서 선역들을 보면 좀 답답하고 속터지고, 악역들을 보면 '아니 얘를 이렇게 미화하냐' 싶을 때가 있다.

■ 억지스러운 부분들
하나하나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곳곳에 있었다.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고 싶어서 작가가 억지를 부리는 느낌. '아니 그래도 보통은 이런 상황에선 이 정도까지는 안 할 텐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좀 있다. 특히 주인공의 신체적 특성이 그렇다. 아니 이걸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말이 돼? 아, 그리고 이 신체 특성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 정신적으로 망가지는 묘사
선역이 어딘가에 오랫동안 감금(유폐)당해서 점점 미쳐가는 전개도 자주 나온다. 이 미쳐가는 과정이 아주 잘 묘사돼 있어서, 이 인물이 어쩌다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그 감정이 정말 절절하게 느껴져서 아득한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 어마어마한 분량
분량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나름대로 빨리빨리 읽는다고 생각했는데도 대충 30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다. '네 번째 문'까지 진행했으니 이제 거의 결말이겠다 싶었는데, 사실은 절반도 안 한 거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분위기와 필력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계속 몰입한 채로 정신없이 감상을 했다.

■ 스토리의 재미 요소
- 비극을 바꾼다: 전반부에서는 비극을 먼저 보여 주고, 후반부에서 그 비극을 수습해서, 저주받은 미래를 고쳐 쓰는 그런 구성이다.
- 환생: 동일한 인물이 각 시대마다 서로 다른 역할과 입장으로 등장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 저주받은 저택: 그냥 '불길한 일이 일어나는 저주받은 저택'이라고만 하면 뻔하지만, 저주받은 자들을 저택으로 유인해 계속 환생시켜 비극적인 삶만을 반복하게 한다는 점이 참신했다.

■ 특히 내 취향인 부분
- 두 번째 문: 폴린의 비극이 슬펐다. 겨우 만났는데 이렇게 억울한 결말이라니.
- 세 번째 문: 야코포와 아내의 비극이 슬펐다. 정말 전형적인데 이렇게 슬플 수가 있구나.
- 네 번째 문의 1: 백발 청년과 백발 소녀의 비극이 슬펐다. 이 부분이 '너무나 이상적인 비극'인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 모르가나: 이건 다음 단락에서.

■ 모르가나
이 작품의 제목에도 있는 '모르가나'라는 인물은 실제 등장은 후반부부터고, 제대로 된 모습은 최후반부에 짧게 등장한다. 그런데 '창백하면서 뚱한 표정의 예쁜 츤데레'라는 컨셉이 뻔하긴 해도 정말 재미있다. 작품을 끝까지 감상하고 나니 지젤보다는 모르가나가 더 좋다. 지젤은 감동적이고, 모르가나는 재미있다.

■ 몇 가지 의문점
- 두번째 문에서 백발 소녀는 왜 시각장애인으로 등장했지? 그저 짐승과의 관계를 위해 그렇게 설정됐을 뿐, 운명적인 이유는 딱히 없는 건가?
- 두번째 문에서 '폴린'의 어린 친구인 '하비'는 별 비중도 없는데 왜 스탠딩 CG가 있지?
- 세 번째 문에서 굳이 악역 메이드가 등장해야 하는 운명적인 이유는 없는 건가?
 
3장 직후의 '풍경화 속 남자'는 왜 마녀를 '그 사람', 미셸을 '그 애'라고 부르지?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까지 작위적으로 정보를 제한할 필요가 있나?
아니 3장 악역은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
왜 연좌제를 들먹이면서 복수 타령이야
이 시대에는 연좌제가 잘못이라는 인식이 없었나?
이제 보니 2장은 허술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네...
2장에서 시녀가 여러 번 언급하는 '검은 숲의 소녀'는 누구지? 검은 숲이라니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2장 초반에 무역상 남자가 저택에 들어온 건 환상 같은 건가? 어떻게 무역상 남자와 베스티아가 저택에서 만날 수 있는 거지? 심지어 그는 마을에 나타난 베스티아를 언급하기까지 한다.
1장에서 백발 소녀가 들고 있는 장미 색은 누가 왜 변화시킨 거지?
야코포x모르가나는 처음엔 좀 억지 아닌가 싶었지만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네' 정도가 되더니
지금은 아주 설득력이 생겼다ㅋㅋㅋㅋ
파타 모르가나의 저택 OST 일부
파타 모르가나의 저택 후기
파워돌 해보고싶다
한국어판 있나?
메스가키 소재의 만화는 그냥
말 끝마다 하트 붙이고♡
'허접'이라는 옛날 단어 써 주고♡
메스가키 특유의 그 표정을 지어 주면 완성인 듯♡
블랙 기업 클리셰
'파타 모르가나의 저택' 이거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는데
한번 해볼까?
https://store.steampowered.com/app/303310/The_House_in_Fata_Morgana/?l=koreana
일본의 1990년대 OVA 작화와 분위기가 조금 좋다
대체로 어둡거나 퇴폐적인 느낌이 많은 것 같네
'내일의 죠'는 정말 명작이다.
'달과 6펜스'의 권투 버전 같다.
마법진 구루구루 보고싶다
쿠쿠리가 '용사니이임!' 이러는 거 완전 귀여운데
퍼리 짤에서 싫은 부분
옛날 일본 애니?에는 '폭렬(爆裂)'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는 것 같다.
폭렬 헌터, 폭렬 천사, 폭렬 에토레인저, 폭렬 갑자원?
왜 '폭렬'을 자주 쓰는 걸까...
거의 '귀축'만큼이나 일본스러운 단어다.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정말... 그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정말 최고의 애니메이션이겠다
제작진이 뭐를 표현하고 싶은 건지는 정말 잘 알겠다
마더2나 3의 도트가 좋다
https://www.google.com/search?q=%EB%A7%88%EB%8D%942+%EB%8F%84%ED%8A%B8&tbm=isch
마더1은 너무 단순해서 별로
'스킵과 로퍼'는 '너에게 닿기를'하고 좀 비슷한 것 같다?
웃긴점: 나는 저거 둘 다 초반만 보고 말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