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먹으면서 든 생각
근처 마트에서 바나나를 천원에 사 와서 먹고 있는데
아주 옛날에는 바나나가 귀해서 먹을 기회가 드물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지금은 바나나가 전혀 귀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바나나를 먹어도 딱히 별 감흥이 없다
옛날 사람들 중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흔해빠진 지금의 바나나를 보게 되면, 바나나가 귀해서 먹고 싶어도 좀처럼 먹지 못했던 옛날을 떠올리며 아마 꽤 복잡미묘씁쓸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옛날과 지금 시대를 비교하면 그렇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와 미래를 비교하면 어떨까
지금 시대에서의 희귀하고 소중하고 절실한 것들... 하나하나 예를 들긴 어렵지만 대충 좋은 집, 비싼 차, 높은 학력, 각종 귀금속 같은, 사람 외부에 있는 것들. 그리고 우월한 외모, 매력, 지능, 창의성 같은, 사람 자체에 합쳐져 있는 것들.
다들 그런 것들을 갖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미래에는 전혀 귀하지 않은 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옛날 사람들의 바나나처럼 말이야
그런 것들을 어떻게든 좀 가져 보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전략을 세우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그렇게 살다가 죽어간 수많은 옛날 사람들을 회상하면서, 미래 사람들은 옛날에 대해 복잡미묘씁쓸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전혀 귀하지도 않은 것들인데
옛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얻으려고 인생 전체를 갈아넣었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다
아니면 말고